<이젠 달갑지 않은 생일이지만>


 오늘 다시 한번 나의 멘탈을 시험하는 실험을 하는 도중에 휴학한 친구가 실험실로 왔다. 뜬금포라 나도 무슨일이길래 학교에 왔냐고 물었다. 나랑 같은 조인 친구가 생일이라서 왔단다. 대단도하다. 난 우리 가족 생일도 아직 햇갈리는데 친구 생일을 챙겨주러 휴학한 애가 오다니... 알고보니 페북을 해서 생일이 떠서 알고 온것이었지만은 그래도 온게 어딘가. 저번에 자기 생일을 챙겨주었다고 자기도 온것이란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다음에 발표가 우리조라서 실험을 빡세게 마치고 우리는 지옥문을 나섰다. 발표때문에 찝찝함이 잔뜩 느껴지기는 하였으나 일단은 끝이나서 정말 좋았다. 이제 가야겠구나 생각하고 길을 나서니 분위기가 술한잔 할 기세다. 나는 진심으로 술을 못한다. 소주2잔이면은 얼굴이 붉어지고 4~5잔 들어가면은 눈이 시뻘게진다. 그뿐만이니다. 시간이 지나면은 얼굴이 두근두근 거리는게 터질려고 한다. 술이란걸 누가 만들었는지... 그래서 나는 술자리를 꺼려하는편인데 같이가서 또 혼자 술을 안마시면 좀 그렇지 않은가. 핑계를 대고 빠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알아서 조절하면서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갔다.



 가서 고기 조금 시키고 남은 친구 한명까지 합세하여 술기운을 빌어 이야기꽃을 피웠다. 간만에 모인 자리라그런가 정말 재미있었다. 휴학한 친구 근황도 들어보고 연애상담같은것도 지들끼리 하는것을보니 옆에서 정말 웃겼다. 조금 십구십구한 이야기도 오갔는데 목소리가 커서 옆에 다 들렸을것같은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쪽팔리기도하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나 재미있어서 마냥 웃기만했다. 요즘 썸타는 애가 있는데 뭐가 그리 밀당을 오지게하려고하는지. 크리스마스에 보자는데 오케이 때리면은 확실한 그린라이트라는 둥 별에별 이야기도 오갔다.


 그러고도 아쉬웠는지 노래방으로 우린 향했다. 갔는데 애들이 노래를 오지게 잘부르드라. 고음불가인 나는 간간히 한번씩 노래만 부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방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것이 아닌가. 내 친구들은 거의 음역대가 여자라고 하기도 모자라다. 익룡 음역대라고 하는게 맞을것이다. 그런데 덤비다니... 두번째 곡까지 따라부르더라. 노래방 많이 가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이건 얄짤없는 대결신청각이다. 갑자기 애들이 진지해졌다. 노래가 점점 고음으로 치달았다. 익룡을 넘어서 아쟁의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국 예상된 결과지만은 옆방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갑자기 박하사탕같은 저음남자노래로 노래를 갈아타더라. 나도 고음불가라서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은 여자치고는 거의 남자급의 고음불가의 실력이더라. 여자는 그냥 불러도 어느정도 올라가지않나? 


 그래고 애들은 분이 덜 풀렸는지 꾸준히 고음노래를 불러줌으로서 옆방애들의 도발을 처참히 짓밟았다. 그만해도 될것같던데 역시 내 친구들이다. 랩도 잘하고 고음도 잘 올리고 바이브레이션도 잘 섞는다. 나는 그냥 거의 도우미급으로 바수갈채만 날렸다. 도저히 끼기가 힘들었기때문이다. 저것들은 도저히 사람이 아니다. 막곡은 나를 배려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은 말달리자로 끝을냈다. 솔직히 말달리자가 제일 흥겨웠다. 4명이서 어깨동무하고 그 좁은 동전노래방에서 날뛰는꼴이란... 우린 즐거웠지만은 옆에 지나가면서 본 사람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보았을것이다.


 그렇게 막곡을 부르고 나서는데 옆방을 지나지 않을수없었다. 나는 솔직히 나가면서 문열고 나와서 뭐라할수도있겠다고 생각했다. 옆방애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것은 맞지만은 말로 도발을 걸지는 않았는데 우리애들은 말로 받아치기도해서 기분이 나빠졌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남자와 여자가 있었는데 남자가 지나가는 우리한테 고개를 꾸벅이느것 아닌가? 난 지나가면서 대충봐서 뭐지싶었는데 내친구말로는 90도 폴더인사를 했단다. 참 성격도 좋은 남정네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 성격좋은 남자를 애인으로 둔 여자가 아까까진 고음불가라 안쓰러웠으나 살짝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애인건 아니다. 난 여자가 좋다. 


 시간도 늦었고해서 친구들은 가고 현자타임은 왔다. 나는 항상 그렇더라. 놀고나서 헤어질때면은 항상 현자타임이 온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은 진짜로 어릴때는 그렇지 않았다. 생각컨대 아무래도 진짜로 어릴때는 내일도 놀수있으니까 별 아쉬움이 없어서 그런것이었고 지금은 놀려면은 날을 잡는 수준으로 어려우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듯하다.


 하긴 요즘 아쉬움이 많다는게 느껴지긴한다. 지나가다 카드라통신에서 들은것인데 사람이 밤늦게도록 잠은 오는데 자지않는 이유가 그날이 아쉬워서란다. 뭔가가 아쉬워서 그날을 보내기 싫다는 심리에 그런단다. 듣고보니 그런것같다. 나는 그날하루가 만족스럽다고 생각이 드는 날이 거의 없다. 일년에 한두번 있을라나? 예를 꼽아보자면은 시험잘친날(이젠 거의 없을듯), 돈많이번날(알바 얼마전에 그만둠), 맛있는거 원없이 먹은날(알바 그만둠으로 궁핌해짐) 정도가 있겠다. 


 오늘 생일은 맞았던 내 친구는 인생이 즐거울까? 그 친구는 이때까지 한번도 싸운적없는 여자친구가 있고 돈도 많고 집안도 화목한것같던데 걔도 나처럼 이렇게 인생이 아쉬울까? 모르겠다. 왠지 알고싶지않다. 알고보니 진짜로 그러면은 배아플것같다. 참으로 못되먹은 나다. 그 와중에 더 소름인것은 오늘 쓴 만원이 아깝다고 조금이나마 생각하고 있다는점이다. 그돈을 친구한테 쓴것도아니고 내가 먹은거에 쓴건데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다니 나는 참 이기주의의 극치를 달리는 놈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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